누군가는 '나는 이 사회에 그런 정도의 차별과 혐오가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지금까지 누려온 자신의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고자 한다. 강남역에 모여 살해당한 여성을 추모하고 서로의 고통에 공명하는 여성들 앞에서 "남성혐오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남성도 군대 가서 죽고 일하다 죽는 사회적 약자"라고, "남자 여자 싸우지 말고 화해하자"고 소리 높여 외치는 사람들이 그렇다.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나중에"를 외친 대선후보와 그를 함께 연호한 이들이 그렇다.
스스로를 한남충이라고 지목하며 자신과 뭇 남성들을 위로하는 글을 보았다. 더 나아가 가해의 이유에 대해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무지의 변을 이어가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변명과 몰이해로 점철된 이 글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글은 허프포스트 코리아에 올라온 <내가 한남충이다>의 반론이다.
말 그대로 여성혐오 즉, Misogyny는 여성을 인간이 아닌 여성으로 먼저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그 때문에 여성혐오는 누구나 저지르며 또 만연해 있고 어느 정도는 다 그런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살인사건은 그런 여성혐오가 극대화되어 벌어진 사건입니다. 칼을 준비하고 화장실에서 1시간 이상을 범행대상을, 그러니까 여성을 기다렸다는 것 자체가 '묻지마 살인'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미 여성을 타깃으로 계획을 하고 기다렸기에 이건 계획된 살인인 거죠. '여자들이 날 무시했다'는 살인자의 주장이지 진짜 살해동기라고 할 수 없습니다.